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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돈농가 탐방

행복한 삶을 만드는 의미 있는 변화, 사랑 넘치는 농장이 되다. 경기 여주 꿀꿀이농장 박승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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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대 대표는 농장에 기기 하나를 들여놓을 때도 신중하게 검토하고 철저하게 테스트한다. 게다가 돼지를 상품으로만 치부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일상생활 중 한 부분이라 여기며 잘 보듬는다. 이러한 면밀하고 섬세한 태도가 지금의 꿀꿀이농장을 존재하게 했다. 더 나아가 삶을 조금씩 의미 있는 방향으로 전환해 농장과 자신, 주변까지 더불어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아내었다. 그래서일까. 이 농장이 무척이나 사랑스럽게 와닿았다.



노력과 인내의 시간
꿀꿀이농장은 1980년 박승대 대표의 아버지가 시작해, 이곳에 터를 잡은 지도 벌써 40년이 되었다. 박 대표는 2005년, 당시 서른 살이 될 무렵 농장에 합류했다. 선진에서 양돈 사업을 담당했었기에 기술이나 방법, 환경 문제 등은 다 안다고 생각했다. 농장 경영을 수월하게 해낼 줄 알았지만, 부닥친 현실은 아니었다. “단순하게 돼지만 보면 되는 줄 알았는데, 어느 날은 모터가 망가지고 어느 날은 전기가 나가더라고요.” 그야말로 모든 걸 아는 만능 재주꾼이 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3년 가까이 외부 활동을 차단하고 농장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집중했다. 그 시간을 견뎌내다 보니 중요한 것과 급한 것을 빨리 알아채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

 


아버지가 주신 확고한 믿음
2세 한돈인들의 고민은 아무래도 1세와의 부딪힘에 있다. 누가 옳고 누가 틀린 것이 아닌 데도 싸우는 경우가 태반이다. 자식이 더 잘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하는 말들이 다툼으로 번지곤 한다. “주변 농장 이야기를 들어보면 농장이 힘들어져 왔다가 잦은 충돌로 다시 돌아가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반면 저희 아버지는 무조건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제 방식을 믿어주셨죠.” 첫 번째 변화는 기존에 아버지가 운영했던 200두 규모의 돈사를 없애고, 새로운 돈사에 모돈 550두를 들여놓는 일이었다. 500두 이하면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10동의 규모에 4,300두를 사육하는 농장으로 키워냈고, BSY 26두, PSY 29두의 생산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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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소중한 발견
굳건한 경영 방침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해놓았으니 농장의 흔들림은 없어 보였다. 그런데 2년 전 뇌종양 수술을 받으며, 농장 경영에 적신호가 켜졌다. “생사가 오가는 큰일을 겪고 나니 돼지들이 다시 보이더라고요. 마냥 돼지는 돈을 버는 수단이었는데, 이제는 제 일상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날씨가 더워지면 사료 섭취가 떨어질 텐데 우려하고, 추우면 환기 조절은 어쩌지라고 걱정하며 살뜰히 보살폈더니 생산성적은 다시금 뛰어올랐다. 물론 좋은 농장을 유지하려는 꾸준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매일 오전에 농장을 점검하고, 직원들과의 회의를 통해 부족함을 채운다. 최근에는 무창돈사에 열교환 시스템을 설치하고 외부온도와의 충격을 최대한 줄였다. 특히나 환기 부분은 더 각별한 주의를 기울인다. “돈사 내 먼지가 많으면 사람도 그렇지만 돼지에게도 안 좋죠. 사람에게 공기청정기가 필요하듯 돼지에게도 좋은 공기를 제공하기 위한 포집 장치가 필요해 보였습니다.” 돈사에 새로이 도입하는 장치들은 바로 적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설치된 타 농장에 가보고 효율성이 높다고 간주하여야만 들여놔도 실패가 적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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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돈농가가 원하는 바람
박승대 대표는 작년까지만 해도 여주젊은양돈인 회장을 맡았다. 젊은 한돈인끼리 모여 최소 분기에 한 번씩은 교육을 받고, 매달 모여 토론하고 공부하기도 했다. 이제는 3세 한돈인이 등장해 그 자리를 물려주었다. 3세가 나타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지속가능한 한돈산업을 위해서라면 정부 차원에서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신규로 농장을 세우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입니다. 그렇다면 기존의 농장을 가업으로 승계했을 때의 여건을 잘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10년 내지는 20년 이상 운영한 농장이라는 조건을 붙이더라도 농장 증여에 있어 세금 감면 혜택을 주어야 합니다.”
한돈자조금에도 바라는 바가 있다. “요즘 삼겹살 1인분 외식 가격이 논란이 되고 있죠. 여태껏 열심히 했고 힘들었는데, 질타로 돌아오다 보니 힘이 빠지더라고요. 한돈자조금이 이런 부분을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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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영향력을 선사하는 사람
꿀꿀이농장은 지역의 소외계층이나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일은 아내의 영향이 컸다. “아내가 10년 넘게 결손아동들에게 반찬 봉사를 하고 있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저도 무언가를 해봐야겠다 싶더라고요.” 따스한 손길은 5년 넘게 지역사회에 전해지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포부를 물었다. “자주 바뀌는 한돈산업의 상황에 맞춰 수긍하면서 경영하는 것이 목표라면 목표입니다. 그리고 주변을 더 살피면서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박승대 대표의 꿈은 거창하지 않더라도 한없이 아름답고 행복해 보였다. 사람도 돼지도 건강하고, 지금처럼 좋은 것을 나눌 수 있다면 그것이 행복이고, 농장 경영의 성공이라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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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을 빌어서 삶의 소중함을 알게 해준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아프면서 어쩌면 잘못될 뻔까지 했는데,
제 옆에서 늘 지켜주었고 챙겨주었고
잡아주었던 게 아내였습니다.
이렇게 받은 큰 사랑을 주변에 베풀면서
잘 살아가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