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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돈농가 탐방

청정한 환경 속, 섬세함과 꼼꼼함으로 소비자가 믿고 찾는 품질 좋은 한돈을 생산하다. 강원 횡성 정진농장 정수정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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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의 모든 것을 수치화해 생산성적을 높이고, 질 좋은 돼지고기를 생산해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얻음은 물론, 외면할 수 없는 주민들의 불만에 제대로 귀 기울이며 민원도 줄였다. 이렇듯 정수정 이사는 무엇이든, 언제든 농장을 위해서라면 모색하고 발 벗고 나서며 지금의 정진농장을 만들어냈다. 농장의 이름처럼 현재의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더 나은 방향으로 힘써 나아가는, 그리고 지속가능한 농장을 꿈꾸며 매진하는 정진농장의 성장은 어쩌면 이제부터 시작이다.



농장은 나에게 보물섬 같은 존재
정수정 이사의 아버지는 25년 전 우연한 기회에 양돈업을 시작했고, 지금의 자리에 터전을 잡은 때는 2005년이었다. 2,000두를 가지고 조금씩 늘려나갔지만, 2010년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전 두수 살처분이라는 위기를 맞게 되었다. 이를 지켜보던 정 이사는 2년 정도 도와야겠다는 마음으로 다니던 대기업 재무팀에 휴직계를 내고 2011년 농장에 내려왔다. 처음 맞닥뜨렸던 상황은 상상했던 것보다 심각했다. 입식을 새로이 진행해야 했고, 운영 체계가 잡히지 않아 컨설팅과 교육을 받으며 새로이 구성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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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활을 거는 분위기로 일했어요. 그렇지 않으면 농장의 문을 닫는 건 금방이겠더라고요.” 궁금한 게 있으면 현장에 들어가 확인하고, 안 좋으면 바로 변경하는 등의 태세를 취했다. 하다못해 울타리를 직접 치고, 돌도 쌓고, 돈사 설계도 하니 점점 일에 흥미가 붙었다. 마침내 2013년 회사를 그만두고 농장에 합류하기에 이른다. “누군가가 농장이 보물섬 같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파면 팔수록 수익과 업무 개선해야 할 것들이 있고, 도전해야 할 여지도 많다는 뜻이겠지요.” 이 말에 공감하며 보물을 캐다 보니 현재는 35동 규모에 7,800두, MSY 25.9두, PSY 27.7두라는 생산성적을 내고 있다.

 


행동과 소통이라는 힘
정진농장은 끊임없이 노력하고 과감하게 추진해 생산성을 높인다. 문제점이 발생하면 아버지와 같이, 때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원인을 연구하고 밝히고 개선하고자 궁리하고 실행한다. “비록 방향이 잘못되어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하더라도 그 지점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발단과 해답을 찾으려고 하지, 그냥 지나치지는 않습니다. 가장 나쁜 건 문제가 발생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생산성적이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이유에는 소통도 있다. 데이터를 취합하고 수치화해서 생산계획 및작업계획을 직원들과 공유한다. 원활한 소통은 경쟁력과효율을 끌어올리고, 사회적 갈등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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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돈 가격이 오르는 실질적 이유
학사와 석사는 회계를 전공했지만, 농장을 경영하는 만큼 박사는 축산과 관련해서 하고 싶었다. 박사 과정을 진행하던 와중에 국내산 돼지 뒷다리살 재고 증가에 관한 이슈가 생겼고, 이를 논문으로 써보자 싶었다. “제목은 ‘돼지고기 비선호 부위 재고가 삼겹살 가격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뒷다리가 육가공 공장에서 많이 늘어나면 재고가 쌓이고 관리 비용이 발생하죠. 육가공업체에서는 일정 수익을 내야 하므로 잘 팔리는 선호 부위에 비용을 전가해 삼겹살 등 선호 부위의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즉 부위별 균형 있는 소비가 중요하다는 것이죠.” 이 논문으로 작년 8월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올해 6월 한국식품유통학회의 학술지에 실리며 국내 돼지고기시장의 현 유통구조를 세상에 알렸다.

 


세상 제일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
정진농장은 돼지 사육에만 그치지 않는다. 2020년 주변 지역사회와 소비자와 소통할 기회를 마련하고자 ‘퀸즈포크’라는 농장 자체 브랜드를 런칭하고, 농장 앞 휴게소 부지를 인수해 가게를 내었다. “저는 주로 농장에서 돼지를 키우는 일에 집중하고, 동생이 유통·가공·판매를 맡고 있습니다. 동생이 판매하며 들어오는 소비자 피드백을 전해주어 고기의 질은 향상될 수밖에 없죠. 강원도의 청정한 환경에서 저희 두 자매의 치밀함으로 안전하고 건강하게 키운 돼지고기라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퀸즈포크와 연계해 ‘철정초록’이라는 바비큐장도 오픈했다. “아버지는 평소 폐교를 리모델링해 의미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싶어 하셨습니다. 가족, 친구, 직장 동료와 더불어 힐링하며 맛있는 한돈을 맛보는 오감 만족의 체험시설을 만들겠다는 발상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오픈한 지 아직 1년이 안 되었지만, 제법 재미있는 공간으로 입소문이 나 찾는 사람들도 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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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 꿈나무의 맑은 미래
정 이사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얻고 선진사례를 꾸준히 벤치마킹해 어떤 시설을 적용할지 생각하고, 동물복지 대비책으로 돈사 개축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속가능한 농장의 고민도 놓치지 않는다. 가장 먼저 소비자의 니즈에 맞는 맛있는 육질, 안전한 돼지고기를 생산하는 데 최우선을 둔다. 그다음으로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냄새 없는 농장, 양돈 전후방 산업 경제주체들과 상생하는 농장, 각종 환경 및 방역기준을 지키는 농장, 탄소 저감을 실천하는 농장으로 거듭나는 것에 집중하려 한다. 빈틈없는 치밀함으로 현재와 미래를 헤아리는 정수정 이사가 정진농장에 있는 한 농장의 나날은 한결같이 ‘맑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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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돈농가들은 질 좋은 돼지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매진합니다. 하지만 한돈과 수입육의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립니다.
한돈자조금에서 수입육과의 차별성을 적극적으로
알려 한돈의 가치를 높이는 데 치중하고,
무분별한 할당 관세가 적용되지 않도록

정부 정책도 함께 걱정해주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