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찬양돈으로 들어가는 길은 다른 양돈장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봄비를 맞은 동백꽃이 아리땁게 피워져 있었고, 울창한 해송이 농장을 둘러싸 마치 여느 공원에 온 듯했다. 이는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는 양돈장은 이제 생각할 수 없다는 백찬문 대표의 의지와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깨끗이 정돈된 조경은 인근 주민들에게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었고, 백찬양돈의 크고 밝은 미래의 첫 발판이 되고 있다.
우수한 생산성적으로 지금의 길을 걷다
백찬문 대표는 어렸을 적부터 양돈 사업에 관심이 있었다. 1982년 고등학교 2학년, 우연한 기회에 까만 돼지 한 마리를 분양해서 집에서 키우게 되었다. 1년을 키우고 사료비 등을 헤아려보니 한 달에 50두만 판매한다면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겠다는 계산이 섰다. 그때부터 이 분야를 배워야겠다고 다짐했고, 김해의 활천농장에 들어가 생산방식을 익혔다. 농장 관리를 꾸준히 잘했던 터라 70만 원에서 시작했던 월 급여는 어느새 3,500만 원이라는 연봉으로 수직상승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칠 백 대표가 아니었다. 1993년 경남 고성에 와서 모돈 95두의 양돈장을 임대했고, 1995년에는 동업자와 함께 모돈 240두의 규모를 인수해 농장을 경영했다. 그리고 2008년 모돈 400두를 가지고 홀로서기 하기에 이르렀다. MSY 24~25두의 우수한 생산성적을 기록하며 매년 꾸준한 상승세를 나타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특유의 꼼꼼함과 섬세함으로 농장을 일궈내다
현재 백찬양돈은 총 1만2,000두를 사육하며, MSY 29.6두, PSY 31.2두의 뛰어난 생산성적을 나타내고 있다. 게다가 2022년에는 경남 김해 장방마을의 양돈장을 인수해 7,000두의 비육농장으로 관리하고 있고, 2010년에 인수한 경남 통영의 양돈장은 1,200두의 지피농장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통영 양돈장의 경우 그동안 양돈장을 경영하며 쌓인 노하우를 반영해 현대식 3층 돈사로 구상했으며, 4월 20일 착공을 앞두고 있다. 백 대표 특유의 꼼꼼함과 섬세함으로 탁월한 관리 능력을 발휘하며 지금의 농장으로 키워낼 수 있었다. 이를 반영하듯 사훈 역시 ‘정리 정돈’이었다. “양돈장은 정리 정돈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내부의 도구들과 기타 시설 등을 잘 정리해야만 업무 효율성 향상에도 도움이 됩니다.” 농장을 둘러보니 한눈에 쉽게 파악되도록 물건들이 가지런하게 놓여 있었다. 정확한 매뉴얼을 빈틈없이 설정하는 것도 놓치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농장을 지어도 매뉴얼이 없다면 생산력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차단 방역과 냄새 저감은 무조건 우선이 되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성적의 농장이어도 질병이 유입되면 그 성적을 유지하기 어렵고 경영에 큰 차질을 빚는다. 그래서 백찬양돈은 차단 방역에 대한 대비를 최우선으로 여긴다. “8대 방역 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관련 규정이 생기기 전부터 고려한 사항이었습니다.” 전 구간 올인 올아웃 하도록 설계했고, 직원들에게도 수칙을 철저히 지키도록 했다.
백찬양돈은 양돈장 특유의 냄새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더욱더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악취 민원으로 인한 것도 있었지만, 환경 좋은 곳에서 자란 돼지고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분이 쌓여 냄새가 올라오게 하지 않기 위해 액비 상태의 물을 슬러리 피트 공간으로 지속해서 흘려보낸다. 그리고 돼지 몸에서 나는 원천적인 냄새 물질을 없애기 위해 냄새여과장치인 바이오커튼과 공기정화시설인 바이오에어워셔 장치를 택했다. “냄새 문제는 주민도 힘들지만, 농가들도 매번 스트레스를 받아서 골칫거리입니다. 냄새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돈사 환경이 좋아졌고, 민원도 없어지게 되었네요.”
냄새 저감 장치는 물론 생산비 절감을 위해서 사료빈관리기, 컴퓨터 액상급이기, 컴퓨터 건식급이기 등 다양한 자동화시설을 들여놓는 과감한 투자도 실행했다. “농장 운영은 제 시대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후대에 물려주어야 하므로 자동화시설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앞으로도 꼭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반영해 사업에 도움을 주어야겠죠.”
후대에 물려줄 농장, 정성을 다해야 한다
백찬양돈은 여러 방법을 농장에 도입하며 지속 가능한 한돈산업의 발전을 꿈꾸고 있다. 특히 ‘친환경 사육’을 통한 한돈 생산을 늘려나가고 있다. “지금의 재래식 시설로는 오래갈 수 없으므로 더 나은 공간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후배들에게 좋은 터전을 물려주어야만 오랫동안 한돈산업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애정 듬뿍 담긴 농장을 두 아들 역시 그렇게 대해주기를 바란다. “만약 이 일이 싫고 돈만 좇는다면 아들 대신 양돈업을 좋아하는 후배들에게 물려줄 작정입니다. 꿈을 가지고 일에 임해야만 희망찬 미래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백찬문 대표는 향후 10년 계획을 촘촘하게 세우고 실천해 나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뛰어넘어 농촌 융복합산업인 6차 산업을 향해 가고 있다. 단순히 돼지를 키우는 것만이 아닌 제조가공을 통해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을 만들어내고, 관광이나 서비스로 한돈산업의 가치를 더 확장하려 한다. 우선 한돈의 소비 활성화를 위해 육가공제조업 법인을 설립했다. 또 양돈장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 데 일조하며 양돈의 6차 산업화를 이룰 계획이다. 백찬양돈의 백찬문 대표는 그렇게 돼지에 대한 사랑과 집념으로 새로운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제 경영방식 중 잘못된 점이 있다면 인정하고,
새로운 생산 기술이 있다면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원활한 소통이 있다면 더 큰 로드맵을 그릴 수 있고,
세부적인 것들도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돈산업은 공동체 산업이므로
함께 일궈나갈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밝은 내일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