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전하는 절경에 취하다, 국내 대표 명승지
자연은 그 무엇보다 위대한 예술가이자 미술도구다. 각기 다른 모양새의 돌, 끝없이 흐르는 강물,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파도가 저마다 경이롭고 장엄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오랜 시간을 거쳐 자연이 선물한 한 폭의 그림 같은 국내 여행지 세 곳을 모아봤다.
흐르는 강물이 빚어낸 항아리 군단
영월 요선암 돌개구멍
유수의 침식작용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구멍이 항아리를 닮아 이름 붙여진 강원 영월 ‘요선암 돌개구멍’.
영월의 강원고생대국가지질공원에는 하천지형과 카르스트지형이 어우러진 독특한 지질명소가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요선암 돌개구멍’은 유수의 침식과정이 돋보이는 신비로운 경관으로 유명하다. 강물에 떠내려온 자갈과 모래가 화강암을 깎아내고, 오목해진 부분에서 물이 소용돌이치며 ‘돌개구멍’을 형성했다. 지름과 깊이가 수십 센티미터에서 수 미터에 이르는 이 구멍들은 마치 크기가 제각각인 항아리들이 강변에 흩어져 있는 듯한 모습을 연출한다. 이 아름다움에 반한 조선의 서예가 양사언이 ‘신선이 노닐 던 곳’이라는 뜻으로 ‘요선암(邀仙岩)’이라 이름 붙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수십억 개의 돌로 재현한 고조선 궁전
하동 배달성전삼성궁
수십억 개의 돌로 쌓아 올린 돌담과 돌탑을 품은 경남 하동 ‘배달성전삼성궁’.
하동의 지리산 숲길을 따라 오르면 해발 850m 부근에 고요하게 자리한 ‘배달성전삼성궁’을 만날 수 있다. 1983년에 세워진 이곳은 환인과 환웅, 단군을 모시는 성전이자 신선도를 수행하던 수련장이다. 입구에서부터 돌담이 미로처럼 이어지고, 돌담 사이로 난 석문을 하나씩 통과하면 ‘마고성’ 성벽이 모습을 드러낸다. 성벽 안쪽에서는 에메랄드빛 연못 ‘태극지’가 이국적인 정취를 더하고, 50년간 정성껏 쌓아 올린 1,500여 개의 돌탑과 3,333개의 솟대가 감탄을 절로 부른다. 가을이 되면 붉게 물든 지리산 산세와 무채색의 돌궁전이 대비를 이뤄 한층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파도가 스친 곳에 남은 오묘한 석상
목포 갓바위
파도가 암석을 오랜 세월 쓸어내 삿갓 쓴 두 사람의 형상으로 만들어낸 전남 목포 ‘갓바위’.
목포의 ‘갓바위’는 오로지 바다가 조각한 걸작품이다. 약 8,000만 년 전 화산재가 굳어 형성된 용결응회암을 파도와 해류가 깎아내 삿갓을 쓴 두 사람의 형상으로 만들었다. 높이 8m의 ‘아버지 바위’와 6m의 ‘아들 바위’로 이뤄진 이 바위에는 병든 아버지의 관을 실수로 바다에 빠트린 아들이 갓을 쓰고 지키던 자리에 갓바위가 솟았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수려한 경치에 슬픈 유래가 더해져 목포의 8경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영산강변에 설치된 해상 보행교를 건너면 바위를 더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고, 밤에는 보행교의 조명이 바위와 밤바다를 비춰 멋진 야경 까지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