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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돈농가 탐방

생산성 향상을 넘어 환경과 조화되는 지속가능한 한돈산업을 세워나가다. 충북 진천 가보농장 서완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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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 입구로 들어서자 벌통이 여러 개 보인다. 돈사로 향하는 길에 왜 이런 게 놓여있나 싶었는데, 벌침은 돼지들이 질병 없이 건강하게 자라도록 도움을 준다. 조금 더 들어가니 개방형 퇴비사에서는 안개분무장치가 가동 중이고, 화재로 인해 돈사가 소실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견고하게 지은 돈사가 나타난다. 이 모든 것이 소비자에게 뛰어난 품질과 차별화된 맛을 전달하자는 데서 출발했고, 지속가능한 한돈산업에 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내 집같이 보존할 것
서완택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농협에서 15마리의 새끼 돼지를 위탁받아 1마리를 빼고는 잘 키워냈다. 이것이 시발점이 되어 1978년 양돈업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돼지를 키우는 데 소질이 있었나 싶었죠. 위탁사업으로 번 돈을 가지고 새끼 돼지 5마리를 샀고, 조금씩 늘려갔습니다.” 잘될 것만 같았던 농장에 1979년 양돈 장기 대불황이 닥치면서 힘든 시기를 맞았다.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 “돼지는 비싼 사료를 먹일망정 저는 3년 동안 아침에는 보리밥 먹고, 점심은 건너뛰고, 저녁은 국수로 대신했죠.” 그때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구일농장’으로 이름을 지었다. 희생을 다 하다 보니 빚은 자연스레 정리되었고, 농장다운 농장을 경영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집 가 家, 지킬 보 保. ‘농장을 내 집같이 잘 지키고 보존하자’라는 뜻을 담아 농장 이름을 변경했다. 150평 남짓 되는 농장 규모는 어느새 1만 평이 되었고, MSY 23.5두, PSY 26두, 총 5,400두를 사육하는 농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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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돈산업에 대한 고민
1986년과 1988년에는 한돈협회의 지부장을 맡으며 한돈산업에 대한 고민도 함께했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가 해외 양돈보다 시설이나 기술력 등이 많이 뒤처져 있었죠. 미국 박람회에 참가해 새로운 시스템이 있는지 살펴보고, 양돈 선진국이라는 덴마크도 찾아가 그들의 생산방식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돌아온 뒤로 국내 실정과 맞는 매뉴얼은 적용하고 표준화하며 생산성적을 높여나갔다. 또 한 달에 한두 번씩 지역 내 세미나를 참석하며 더 나은 방향을 모색했다. “정보가 너무 없고, 낙후되다 보니 세미나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어요. 지역 내에 선진한마을 유전자원이 들어오고 세미나를 열어주니 큰 도움이 되었죠.” 덕분에 진천의 모든 농가가 기술과 농장운영, 시설 등의 레벨이 높아졌고, 진천 양돈의 수준은 전국에서 꼽힐 정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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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한돈산업을 영위하기 위해 환경과 사회 부분도 놓치지 않는다. “국내 양돈장의 기술 수준은 거의 비슷해졌습니다. 앞으로는 환경 쪽에 신경 써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돈사에는 냄새저감시설은 기본이고, 암모니아와·황화수소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냄새 측정기를 설치했다. 조금이라도 냄새가 새어나갈까 염려됐기 때문이다. 분뇨처리 과정은 정화방류 시설을 마련해 사람이 마시는 물과 비슷할 정도로 만들어낸다.

 


더욱 튼튼해진 돈사
작년 2월, 가보농장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돼지 1,700여 마리를 폐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불은 5동을 태운 뒤 1시간 만에 진화했지만, 손실은 이루 말로 표현이 안 될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돈사를 좀 더 꼼꼼하게 지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외부에 접하는 벽은 벽돌로 치장 쌓기하고, 불에 강한 특수 패널로 둘렀으며, 그 안으로는 특수철근이 들어간 콘크리트 옹벽을 사용했다. 찬 바람이 들어오지 않는 구조라 단열효과를 발휘했음은 물론 결로현상도 생기지 않았다. “작년 10월에 신축하고 올겨울이 지난 뒤 생산성이 올랐습니다. 돼지의 사육환경 관리 중 온도와 습도가 중요한데, 이 둘을 모두 잡은 탓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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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퇴치하는 벌침과 매실
가보농장에서는 항생제를 대체하는 방법으로 벌침을 활용하고 있다. 돼지의 염증성 질환이나 설사, 호흡기질환 등에 효과가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 전인 25년 전부터였다. “건강한 돼지를 키우려고 오랜 기간 테스트 과정을 거쳤습니다. 벌침을 맞은 돼지와 안 맞은 돼지를 살펴보았더니 벌침을 맞은 돼지들은 면역력이 높아져 설사와 호흡기 질병이 거의 사라지고, 성장 속도도 빨라지더라고요.” 게다가 매실을 매년 약 2,000kg을 직접 따고 담가 돼지들에게 먹이로 주고 있다. 이 또한 숱한 시험 덕분에 얻은 방법이었다. “매실을 돼지에게 급여하니 질병이 줄어들었고, 소화기 계통의 정장작용이 일어나 성장 속도 향상 효과를 체감했죠.” 건강한 사육이 가능할 뿐 아니라 육질도 남다르게 좋아져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앞으로의 농장은 아들의 몫
아들 서성규 대표는 워낙 공부를 잘하고 머리도 뛰어나 양돈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할 줄만 알았다. “고등학교 때 양돈 전망을 궁금해하길래 생산방식과 수익성에 관해 이야기해줬더니 대학을 축산학으로 선택하더라고요.” 17년을 함께 농장을 운영하며 지금은 경영권을 거의 넘겨준 상태다. 하나를 알려주면 넷을 알아버리고 접목해 업그레이드시키니 따로 자세히 가르치고 할 것도 없었다. 특히나 과학적으로, 계산적으로 양돈업을 대하다 보니 생산성적은 더 올랐다. 서완택 대표는 45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정말 맛있는 돼지고기를 생산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겠다는 일념밖에 없었다. 지금의 모습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미래를 개척해나가니 한돈을 접하는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더 높아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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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농장의 강점은 톱밥 돈사를 채택한다는 것입니다.
돼지들이 자유롭게 돈사에서 뛰어놀고

장난칠 수 있도록 톱밥을 충분히 깔아줍니다.
이는 돼지들의 스트레스 지수를 낮추고,
결국에는 좋은 육질로 직결돼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입니다. 앞으로도 맛있는 돼지고기로
한돈 소비활성화에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