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돈업의 대를 잇는다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아버지가 힘들게 일군 농장을 잘 유지해야 하고, 전보다 나은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등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성내농장의 임동광 대표 역시 그러했다. 농장을 이어 갔으면 하는 아버지의 뜻이 때로는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했지만, 한번 해보자는 굳은 결심으로 농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다양한 공부를 통해, 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조금씩 차근히 나아가며 하나의 농장을 굳건히 책임지고 있다.
큰 화재에서 시작한 새로운 출발
성내종장의 시작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농사일하며 돼지 10마리를 키우는 것이 전부였던 임동광 대표의 아버지는 차츰 규모를 늘려나갔고, 성내농장을 만들었다. 그렇게 평온할 줄만 알았던 농장에 2015년 큰 화재가 발생했다. “5동 중 한 동만 남기고 전소되었고, 그때 아버지께서 농장에서 들어와서 일해보지 않겠냐고 하셨죠. 제가 농장을 안 한다고 하면 농장을 축소하며 차차 정리하겠다고 하셨어요. 만약 하겠다고 하면 현대화 시설 사업을 추진해보겠다고 하셨고요. 큰 고민이 되었죠.” 그 당시 임 대표는 전주에서 기계공학 관련 일을 하고 있었기에 마음을 바꾸기가 더 쉽지 않았을 터.
그런데 아버지의 한마디가 용기를 내게 했다. “열심히 하면 생산성적은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이고, 더 나은 미래도 설계할 수 있지 않겠냐는 말씀에 뜻을 굳혔죠.” 그렇게 성내농장은 아버지에서 아들에게 대물림되었고, 아들은 모돈 155두, 총 2,500두의 현대화시설을 갖춘 양돈장을 운영하게 되었다.
생산성적 높이는 데 필요한 것들
현대화시설을 진행하고 생산성적이 부쩍 올랐다. MSY는 25두에서 27.5두로, PSY는 29~30두가 될 정도다. 여기에 ICT 장비들도 도움을 준다. 자동환기시스템을 적용해 호흡기가 약한 돼지에게 알맞은 공기를 자동으로 제공하고, 호흡기 질환이 빈번하게 나타나는 봄, 가을을 대비해 안개분무시스템을 들여놓으며 습도를 조절한다. 특히 음수투약기에는 약품을 희석해 돼지 건강을 지키고 냄새도 낮춘다.
생산성적은 시설만 좋다고 해서 해결되지는 않는다. 사람의 노력이 당연히 수반되어야 한다. 임 대표는 농장을 하겠다고 했을 때부터 농업기술이나 문제해결 능력 등을 전문적으로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이스터대학을 재작년에 수료하면서 그동안 궁금했던 점들을 해소할 수 있었죠. 앞으로도 좋은 교육이 있다면 찾아서 듣고 싶습니다. 이외에도 커뮤니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가입해 다른 한돈농가의 경영을 살펴보기도 하고, 아버지가 만드신 양돈연구회에 나가서 조언을 구하기도 해요.”
하루를 쪼개고 쪼개서 착착
임 대표가 농장을 맡은 뒤로 농장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아버지가 여전히 아침, 저녁으로 함께 나와 보살펴주고 계시기는 해도 전체 관리는 오로지 임 대표의 몫이다. 우선 아침 일과를 마치고 나서는 직원과의 유대관계와 원활한 소통을 위해 농장 이야기를 포함한 담소를 나눈다. 그다음으로 분만사에 기록해 둔 내용을 살펴본다. 주사나 약품을 처치하면 누구든 반드시 카드에 체크하도록 해 어느 때고 상황에 맞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한다. 오후 일과는 순찰로 시작해 순찰로 마무리한다. 몇 해 전 비육사 한 동에 전기공급이 끊어지면서 돼지들을 집단 폐사시켰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에 잠깐 나갔다 왔는데 그런 일이 발생해 지금은 더 들여다보려고 해요.” 그러고 난 후 돼지 이동, 청소와 세척, 사료 체크 등의 일을 진행한다.
아버지와의 유쾌한 대화 시간
성내농장의 아버지와 아들은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보통 한돈농가의 1세대들은 표현 방식이 서투른 데다 농장경영에 있어 확고함이 있고, 반면 2세대들은 달라진 환경에 대한 이해를 요구해 간혹 부딪힘이 있다. 임 대표도 이러한 세대 간의 이해가 어렵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고, 그럴 때마다 이야기를 더 나누려고 한다. “주변에서 저희 부자를 신기해할 정도죠. 아버지는 제 의견을 많이 들어주시려고 해요. 저 역시 아버지의 이야기를 잘 듣고 경영방식에 적용하려고 해요. 아버지 말씀 중에 틀린 건 없더라고요.” 서로의 견해 차이를 좁히려고 마음을 다하다 보니 성내농장 안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악취는 농장이 평생 안고 가야 하는 숙제
농장을 운영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악취다. 성내농장은 그동안 악취에 신경을 다분히 썼고, 악취 민원은 여태껏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도 분뇨를 효율적으로 관리해 악취 문제와 환경에 미치는 부담을 덜고, 더 깨끗한 사육환경에서 돼지를 키워내려는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알고 보니 성내농장, 깨끗한 축산농장으로 인증받았다. 액비순환시스템을 선택하고,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주기적으로 업체에 위탁해 분뇨처리를 실행한 덕분이었다. 또 돈사 외부에 냄새 저감 물질을 안개 분무함으로써 외부로 냄새가 퍼져나가는 것을 막고, 슬러리 피트를 외부로 자주 배출해 악취 발생이 나지 않도록 한다. 다양한 생각과 진취적인 행동으로 성실히 농장경영에 임하고자 하는 청년 한돈인 임동광 대표. 한돈산업에 새로운 원동력이 되어줄 것이라 기대해본다.
“소규모 농장이라 이것저것 해보고 싶어도
못 하는 경우가 간혹 있어요. 생산성을
높이다 보면 언젠가는 규모는 커질 테고,
적용할 기회가 다분히 찾아올 거라 믿어요.
그리고 나중에는 우리나라에서
돼지 잘 키우는 농장, 생산성이 높은
농장이라는 말을 꼭 듣고 싶습니다.”